세비야는 가기 전에 "너무 멋있다"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잔뜩 기대했던 곳입니다. 덥단 이야기도 익히 들었지요. 전 예전에 애리조나 사막에서 여름을 나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운 것에 대해 나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비야는 단연코 시원한 계절에 가야 할 도시입니다. 저는 6월 13, 14일에 있었는데, 이미 관광하기에 지나치게 더운 날씨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행을 꼭 가장 좋은 때만 갈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저는 세비야는 밤과 아침에 보고 떠나시길 권해드립니다. 세비야가 안 멋진 건 아닌데, 날씨 때문에 너무 힘들면 그 기억이 좋기도 힘든 거 아닌가 싶어요. 제가 론다에서 버스로 세비야에 도착했을 해 숙소에 짐을 풀고 관광 준비가 완료된 시각은 오후 4시. 엄청 더워도 뭐 조금이라도 보자는 생각에 나갔는데, 결국 7시쯤 한 풀 꺾일 때까지 뭘 제대로 못했습니다. 여기는 씨에스타 가지고 될 일이 아니라, 12시부터 7시까지, 특히나 3시부터 5시 정도까지는 야외에 그냥 있기도 힘들었습니다. 가장 더운 시간에 두세 시간 쉰다는 건 좋은데, 뭐 한 여서 일곱 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하겠으니 좀 허탈하더라고요. 문제는 다른 도시에 비해서 실내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거였습니다. 네르하처럼 바다가 있지도 않고, 마드리드 말라가 바르셀로나처럼 미술관이 많지도 않고요. 안에서 볼 것은 카테드랄 정도이고 알카사르 역시 사실은 야외니까요. 카테드랄도 (7,8월에는 관람시간이 또 다르던데) 6월까지는 오전 11시부터 5시까지 밖에 오픈을 안 해서, 딱 그 더운 4~5시에 실내에 들어가고 싶던 저희는 결국 스페인 와서 처음으로 스타벅스에 들어가 프라푸치노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간다면, 저는 세비야 도착시간을 최대한 늦게, 한 6시 이후로 해서 알카사르 문 닫기 전에 얼른 보고, 나와서 더 기온 내릴 때까지 카페나 바에서 뭘 좀 먹고 쉬고, 야경도 볼 겸 스페인 광장을 구경한 뒤, 밤늦게 있는 플라멩코 공연을 하나 보겠습니다. 그다음에 아침에 얼른 카테드랄 하나 보고 떠날 것 같아요. 이외에서 볼 건 참 많지만요. 한 3~4일 예약하고 왔다가 하루 만에 도망가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또 하나는, 뭘 타고 다니면서 구경할 게 없고 걸어 다녀야 한다는 점입니다. 세비야 가로 구조상, 바르셀로나처럼 투어 버스를 타고 다니기도 적합하지 않고 (버스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길이 한계가 있음), 트램이 있어도 기껏해야 도심 몇 정거장 사이만 왔다 갔다 합니다. 도심 구석구석을 탈 것으로 보려면 초이스는 마차인데요, 요금도 만만치 않지만 저는 타고 싶지 않았습니다. 겨우 차양 하나 달려 있을 뿐 덥긴 마찬가지였고, 말똥 냄새가 심했습니다. 제가 세비야 딱 도착했을 때 그 뜨거운 햇살과 함께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말똥 냄새였어요. 똥을 그냥 길에 싸고 다니기 때문에 말똥이 여기저기 널려있는데, 금방 바싹 말라버리기 때문에 막 보기 싫고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도 냄새는 나지요. 제가 좀 후각이 많이 발달한 편이라 좀 힘들었어요. 뭐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제가 나중에 발견해서 전 쓰진 못했지만 세비야에도 세그웨이 투어가 있습니다. 그루폰에서 가끔 50% 할인해서 팔기도 하더라고요. 한 시간에 30유로 두 시간에 50유로입니다. 어느 도시보다 세그웨이 탄 사람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만큼 걸어서 보긴 너무 힘드니까요. 저라면 재미 삼아서라도 세그웨이 투어를 해볼 것 같습니다. 가이드 언어는 영어, 스페인어만 있네요. 트레이닝 15분 정도. 잘 타면 재밌겠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정말 걷는 것보다 천천히 타시더라고요. 스쿠터를 빌려 다니는 것도 있던데, 어쨌든 저라면 제 다리가 아닌 다른 동력을 이용한 빠른 교통수단을 택하겠어요.
세비야 좋다는 말이 귀가 팔랑거려서 2박을 예약해놓은 상태고 ave도 예약해놔서 어쩔 수 없이 하루 더 있어야 했는데, 도저히 세비야는 못 보겠다 싶어서 카디스에 갔습니다. 카디스는 세비야에서 버스로 약 한 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대서양 연안의 휴양도시입니다. 저희는 아침에 카테드랄도 봐야 하고, 밤에는 또 플라멩코 공연이 있어서 매우 짧게 (왕복시간 포함해서 여섯 시간) 다녀왔습니다. 막상 가서 해수욕은 거의 뭐 30분 했나? 하지만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세비야 있다가 카디스 도착하니 무슨 도시 전체에 에어컨 켠 듯한 느낌이더라고요. 카디스도 아기자기하게 볼거리는 있습니다만, 저희는 그냥 해변으로 향했어요. 이렇게 길게 생겼는데, 지도에서 아래쪽이 전부 해변입니다. 한 세네 개의 해수욕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저희는 가장 동쪽 끝 해수욕장으로 갔어요. 그 옆에 있는 공원도 정말 예쁩니다. 낚시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해수욕장은 그다지 특이한 점은 없습니다. 말 그대로 '피서' 간 거지 꼭 관광을 위해서 간 건 아니었어요. 네르하에 비해서 물이 따뜻한 편이고, 네르하는 자갈/굵은 모래밭인데, 여기는 매우 고운 백사장이었습니다. 세비야에서 버스는 자주, 한 시간에 한대 꼴로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무슨 세비야를 못가볼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요, 더워서 너무 고생한 탓에 자꾸 말이 그렇게 나왔습니다만, 세비야는 멋진 도시입니다. 카테드랄과 스페인 광장은 단연 스페인 최고이고요. 제가 가서 못 보고 온 명물을 하나 소개합니다. 저도 워낙 공부를 안 해가서 놓친 게 많아요. 히랄타 탑 올라가서 내려다볼 때 이걸 분명 봤는데도, 뭐 별생각 없이 가보지 않고 돌아왔어요. 돌아와서 아빠가 이것 봤냐 하시길래 그제야 알았습니다. 왜 세비야 있는 동안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안 해줬을까요. 세계 최대의 목조구조물로 최근 완성된 메트로폴 파라솔입니다. 엔까 르나 시온 광장 재개발 프로젝트의 일부로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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