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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한 화개장터 여행 후기

폴크리 2022. 6. 20. 17:01

아이들과 함께한 화개장터 여행 후기

아이들과 함께한 화개장터 여행 후기
아이들과 함께한 화개장터 여행 후기

일상을 떠나 오랜만에 가는 여행에 설레고 기쁜 마음이었지만, 집결시간은 참 힘들었다. 혹여나 일어나지 못할까봐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패션쇼 하러가는 것도 아닌데, 뭘 입을지 한참을 생각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떠난 여행은 멤버들도, 날씨도 정말 최고였다. 광한루에 도착해서 다들 이곳저곳을 살펴보기도 하고 그네도 뛰는 모습을 보면서 4년전에 이곳을 다녀간 생각도 새록새록 났다. 그때와 다른 것은 왠지 모를 편안함과 여유로움이었다.

산수유 마을

뒤이어 도착한 산수유 마을은 이게 산수유 구나라는 생각이었다. 도시에서만 살아서인지 사실 아이들 만큼이나 시골 풍경이 신기하고 흥미로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버스에서 내려 따뜻한 봄볕을 느끼며 걷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낭만적인 모습이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어떻게 이 골목골목을 다 아실까 싶을 정도로 정겨운 골목길을 지나 훌륭한 놀이터와 마주했다. 비록 아스팔트로 깔린 도로이기도 했고, 길을 지나가는 차들도 있었으나, 이미 그 길은 우리의 놀이터였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역시나 아이들을 선동하여 달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더 신나하고 자신들의 놀이거리로 만드는 아이들이었다. 그 길에는 나와 아이들이 아니라 즐거운 아이들 뿐이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지치지 않나보다. 나도 아직 젊은데 아이들의 에너지는 거의 모든 것을 걸고, 느끼고, 뱉어내는 것이라 그런지 곁에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슬슬 방전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계곡물에 놀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옷이 다 젖는 한이 있어도 가서 헤엄을 칠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다.그래도 조껍데기 막걸리에 번데기 맛은 기가 막혔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내리고 화개장터로 향했다. 조영남의 화개장터가 생각났다. 첫 소절 밖에는 모르는데, 화개장터는 여러 번 와본 곳처럼 느껴졌다. 노래가 너무 익숙해서 그런가보다. 그런데 화개장터는 좀 실망스러웠다. 관광지화 되어 약간의 상업적인 냄새가 나는 느낌이었다. 쫄깃쫄깃하고 뜨끈뜨끈한 떡 한덩이도 없고,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화개장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머님들이 주시던 통통한 쥐포이다. 그건 정말 일품이었다. 자꾸 먹는 쪽으로 여행이 흐르면 안되는데 먹는 것이 정말 좋다. 참으로 긴 하루를 보내고 나서, 하루를 정리하는 아이들의 시는 일품이었다.

시 지으며 수다

그에 뒤질세라 어머니들도, 나도 시 한수 적어보려 했는데, 시를 쓰던 그 종이를 여행가방속에 고이접어 가져왔다. 이렇게 동심이 없을 수 있나 싶기도 하고 한글자 한글자가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연과 행을 따지다가 밑줄 긋고 다시 쓰고를 반복하다보니 안되겠다 싶었다. 시를 쓰는 아이들을 보면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 해내는 것 같아 부러웠다. 그날 밤 어머니들과의 수다는 밤이 깊은 줄 모르고 계속되었고, 늦게나마 잠을 청하여 다음날 새벽이 되었다. 보슬보슬 비가 내리는데 공기는 약간 신선하면서도 비릿하고 왠지 모르게 정신은 맑았다. 1시간 정도를 걸어서 쌍계사까지 가는 길은, 버스를 타고 순식간에 지나갔던 예전 여행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뒤에있는 아이들이나 혼자 있는 아이들을 챙긴다고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내가 뒤쪽에 걷고 있었다. 이미 앞의 행렬은 보이지 않았으나 걷고 또 걸으며, 참 무수한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쳤다. 그저 지난 몇 년의 시간을 마치 경주하는 말처럼 달려서 그런지 주변의 좋은 것들은 놓치고 살아 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연신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기도 하고, 다시 앞을 보고 걸으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사실 1시간은 길었다. 어른에게도 힘든 길인데 아이들은 각자 무슨 생각들을 하는지 참 잘 걷는다. 중간중간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사진도 찍으며 원래 그곳에 사는 아이들처럼, 마치 자신들의 공간인것처럼 빠져있는 모습을 보니 그 아이들이 멋있었다. 우리아이들 참 멋지다. 아직 많이 부족한데도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늘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는 다시 일상에 돌아와 삶을 살면서 그것보다 어디서 본 글의 구절처럼 삶을 살아내면서 아이들과의 여행은 나를 좀 더 가다듬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가 된다. 유여당 선생님 말씀처럼 좋은 선생이 되려하기 보다는 선생다운 선생이 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며, 아이들의 세상에 살도록 해야 함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던 이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우리아이들 이라는 모습으로 따뜻하게서로를 챙기고 바라보는 모습들에서 애정이 묻어났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서로를 통해 마음을 열어가는건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똑같이 어렵다가도 짜릿한 일인 것 같다. 소중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